나의 영화 인생은 2010년에서 끊어져 버린 건지, 2010년 이후에 본 영화가 이렇게도 없을 수 있는지 참으로 씁쓸하다.
생각나는 영화가 모조리 다 10년도 더 된 영화라니...
'원스(Once)'는 더블린의 거리 음악가와 체코 이민자가 자신들의 사랑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고, 연습하고 녹음하는 내용을 담은 2007년 아일랜드 뮤지컬 로맨스 영화이다. 한국에서는 영화는 물론이고, 음악이 큰 인기를 끌었는데, 이 영화 속에 나오는 음악은 주인공으로 출연한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타 이글로바가 직접 만들었다.
1. Casting - 외국인이라는 것 말고는 전혀 정보가 없는 낯선 사람들.
- Glen Hansard as Guy: 주인공이지만, 이름도 없는 그저 'Guy(그)'로 등장하는 이 분은 평범한 청소기 수리공이지만, 음악에 재능이 있다. 헤어진 전 여친을 만나러 런던에 가려는 그는 그녀를 만나 함께 음악을 하고, 사랑에 빠진다.
- Markéta Irglová as Girl: 이 분도 주인공이지만, 이름 없이 'Girl(그녀)'로 불린다. 체코 출신으로 남편과 별거중이고, 현재 아이와 함께 아이랜드 더블린에서 살고 있다. 좋아하는 피아노를 칠 시간도 없을 정도로 생계가 어려운 그녀는 이 와중에 그와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2. Plot - 현실에는 판타지는 없다. 현실보다 현실적인 이야기.
평범한 청소기 수리공인 그는 매일 버스킹을 한다. 아무도 모르는 자신의 노래는 밤에만 부른다. 우연히 길거리를 지나던 그녀는 그의 음악에 귀를 기울이고, 아무도 원하지 않는 그의 노래를 통해 그의 음악성을 알아보게 된다. 그녀 역시 피아노를 좋아하지만, 어려운 형편 때문에 하루에 한번 피아노 가게에서 한 시간 동안만 꿈을 지켜내고 있었다. 그 역시 그녀의 피아노 연주를 듣게 되고, 음악성에 끌려 서로의 곡에 작사와 작곡을 해주는 가까운 동지가 된다.
그런데 그와 그녀는 음악적 동지를 넘어서기 어려운 상태였다. 그는 전 여자친구를 그리워하고 있었고, 그녀는 남편과는 별거 중이었고, 동거하는 자식까지 있었다. 그는 음악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런던으로 떠나기로 결심하고, 그 전에 그녀에게 노래 몇 곡을 녹음하자는 제안을 한다. 음반 작업은 순조로왔고, 막바지 작업을 앞두고 잠시 바람을 쐬러 나간 자리에서 그는 그녀에게 "남편을 아직도 사랑하나요?"라고 묻고, 그녀는 "Miluju tebe."라고 대답한다.
결국 그들의 음반작업은 끝나고, 서로 각자의 길로 향한다. 그는 떠나기 전 그녀에게 피아노를 선물로 남기지만, 그렇게 각자의 길을 떠난 그들은 이후 다시는 보지 못한다. 그는 런던으로 떠나고, 그녀는 남편과 재결합한다. 결국 인생의 위기에서 잠깐 빛나는 순간을 만난 그들이 과하지 않게 서로에게 꿈과 희망을 남기고, 각자 일상에서 행복해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가 끝난다.
3. OST -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고, 자꾸만 생각나는 아름다운 멜로디.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Falling Slowly"를 포함한 영화속 음악은 영화 속 두 주인공으로 등장한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타 이글로바가 만들었다.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노래와 장면이 세트로 생각나는 것을 보면 진짜 명곡들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마르케타 이글로바의 목소리가 너무 좋았고, 그 목소리를 방해하지 않는 최소한의 세션 연주, 그리고 군더더기가 있는 마스터링 등이 더해져 아름다운 노래를 더욱 빛나게 만든 것 같다.
- Falling slowly
- If you want me
- When your mind's made up
4. 같은 듯 다른 음악 영화
원스를 필두로 하여 음악이 영화의 메인으로 자리잡은 영화들이 속속들이 나오고, 심지어 이런 영화들은 거의 대부분 흥행에 성공하게 된다. 외국 영화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이런 시도들이 자주 나타나게 되지만, '라디오스타' 말고는 특별히 떠오르는 게 없다.
비슷한 영화로는 ‘Begin Again’, ‘Sing Street’, ‘La La Land’, 'Star is born' 등이 있는데, 'Begin again'과 'La La Land'는 나도 본 걸 보면 꽤 흥행했던 것이 아닐까 싶고, 'Star is born'은 제작비 3600만 달러로 4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초대박 영화라고 한다.
5. 밋밋하고 자극적이지 않지만, 이게 바로 현실이지.
영화는 현실에서 있을 법한 타인에 대한 비난, 갈등 같은 걸 찾아볼 수가 없다. 오히려 나의 어제가 더욱 영화같을 정도로 순한 맛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들의 사랑이 더욱 애틋하게 다가오고, 올바르지 않은 관계이지만, 응원하게 된다. 그런 나의 응원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한번 더 너무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판타지 같은 결론으로 나에게 혼란을 주었다. 적어도 영화라면 서로에게 끌리는 감정을 조금 더 자극적으로 다룰 법도 한데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플롯은 밋밋하지만, 영화 속에서 노래가 나올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세상 밋밋하던 이야기가 주인공의 노래가 더해져 감성적으로 풍성해진다. 그래서 장면과 노래가 더욱 잊혀지지 않고 마음에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에 대해 이동진 평론가는 '음악이 이야기를 만나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이라는 평을 남겼는데, 내 마음 속에 들어오셨다 나간건지,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아주 잘 표현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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